[영화]피아노 그리고 시공간을 초월한 사랑<말할 수 없는 비밀 Secret>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 Secret>

대만 로맨스 영화들은 기억에 남는 좋은 작품들이 많다. 지금까지 봤던 대만 로맨스 영화들은 가끔씩 다시 생각나게 하는 묘한 매력이 있다. 작품들 속 남녀주인공들이 풋풋한 시절에 했던 첫사랑 이야기로 가슴을 설레게 하면서, 그 사랑이 이루어지지 않거나 나중에 시간이 흘러 성인이 되어 재회하여 커플이 되는 등 가슴 한편이 시리게 하는 점이 그 매력인 거 같다. 나를 포함해서 한국인에게 인기가 많은 대만 영화들 중 꼽으라면 <말할 수 없는 비밀>이 절대 빠지지 않을 것이다. 나는 이 영화만이 가지고 있는 감성이 좋아서 여러 번 보았는데, 안 본 사람에게도 추천하고 이미 본 사람에게도 또 봐도 후회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 매력적인 영화의 줄거리와 나의 감상후기를 남기며 이 영화를 보지 않더라도 꼭 들어보길 바라는 <말할 수 없는 비밀>의 OST 곡들을 추천해보려고 한다. 

줄거리

피아노에 재능이 있는 샹룬(주걸륜)은 음악 선생님이신 아버지가 재직 중인 예술고등학교로 전학을 온다. 그는 새로 온 학교를 둘러보던 중 오래된 음악실에서 들리는 피아노 선율을 따라갔다가 샤오위(계륜미)라는 여학생을 만난다. 샹룬이 샤오위에게 피아노곡의 제목을 알려달라고 했는데 샤오위는 "비밀 secret"이라고 대답한다. 둘은 같은 반이었지만 샤오위는 학교에 잘 나오지 않다가 불쑥불쑥 나타났다. 그렇게 만남을 이어가면서 서로 좋아하게 되는데 어느 날 상륜은 오랜만에 학교에 나온 샤오위에게 저녁에 만나자는 쪽지를 남긴다. 하지만 이 쪽지는 상륜을 좋아하는 같은 반 칭이라는 여학생에게 잘못 전달되어 약속 장소에는 이 친구가 찾아온다. 샤오위인 줄 알고 칭이와 키스를 나누게 된 상륜과 그 모습을 본 샤오위 두 사람 사이에는 오해가 생긴다.  이 날 이후로 두 사람은 한 동안 만나지 못했고 그 사이 상륜과 칭이는 사이가 가까워졌다. 시간이 흘러 졸업식 날이 되어 샹룬은 기념식 연주회 무대를 하고 있던 중 자신의 연주를 지켜보던 샤오위를 발견하고 연주를 중단하고 그녀를 따라 뛰쳐나갔다. 그렇게 재회한 두 사람은 졸업식이 끝난 후 교실에서 다시 만나기로 했지만 샹룬이 교실로 돌아왔을 땐 아무도 없었다. 샹룬이 반 친구들에게 샤오위를 못 봤냐고 물어봤지만 아무도 그녀의 존재 자체를 모르는 눈치에 당혹스러워하던 그때 책상 위에 하얀 수정액 글씨가 나타나는 것을 보았다. "난 널 사랑해. 너도 날 사랑하니?"라고 샤오위가 쓰고 있는 글이었고 이에 답을 하려 하지만 수정액이 다 닳아 할 수 없었던 상륜은 그녀의 집으로 찾아간다. 찾아간 그곳에는 샤오위의 어머니만 있었다. 그녀의 어머니는 오래된 악보 사이에 끼워져 있던 샤오위가 그린 그림 속 남자가 샹룬이라는 것을 알아차리고는 샤오위의 말을 믿었어야 했다며 자책하는 듯한 말을 한다. 그러고 나서 그녀는 샹룬에게 사진 한 장을 보여주는데 그 속에는 샤오위와 20년 전 샹룬의 아버지의 모습이 담겨있었다. 이 사진을 가져와 아버지에게 보여주자 아버지가 자신의 제자였던 그녀에 대해 이야기를 해준다. 20년 전 샤오위는 우연히  'Secret'이라는 악보를 발견하는데 이 악보를 연주하는 속도에 따라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시간 여행을 했을 때 처음 만나는 사람만이 그녀의 모습을 볼 수 있었고 그 사람이 샹룬이었다. 첫 만남 이후로 그녀는 매번 시간여행을 할 때마다 그를 처음으로 보기 위해 눈을 감고 교실까지 갔다. 하지만 그녀가 좋아하는 사람이 다른 여학생과 키스하는 모습을 보고 상심하여 시간여행을 멈춘다. 그러다 졸업식 날에 건물이 철거가 되는 것을 알고 샤오위는 샹룬을 보기 위해 시간여행을 하고 자신의 마음을 전하다가 그동안 심해진 천식으로 그만 쓰러지고 만다. 아버지로부터 이 이야기를 듣고 있던 중 샹룬은 급히 학교 음악실로 달려가 철거가 완료되기 전에 샤오위를 만나러 가기 위하여 'Secret'을 빠른 속도로 연주를 하여 시간여행을 떠난다. 샤오위의 시간으로 넘어간 샹룬은 이 시공간에서 그녀와 함께 졸업을 한다.

감상후기

시공간을 넘나드는 완벽한 사랑이야기이다. 샹룬과 샤오위 두 사람의 사랑이야기에 음악적 요소들이 더해져 더 마음을 울리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처음엔 단순하진 않지만 단순히 과거와 현재의 한 시점이 음악실이라는 한 장소에서 겹쳐져 두 사람이 우연히 만나게 되었다고 생각했었는데 사실 그 과정에 샤오위가 샹룬을 만나기 위해 과거에서 현재로 넘어올 때마다 많은 노력을 했다는 것을 알고 감동했다. 두 사람의 신기하지만 풋풋한 만남 장면들을 보면서 나의 연애시절이 생각났다. 영화처럼 과거와 현재를 넘나 든다는 점을 빼면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연애시절도 저러지 않았을까.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 설레는 마음을 안고 노력하는 모습이 예뻤을 것이다. 하지만 마냥 예쁜 모습만 있을 순 없었던 순간들이 있었던 때도 생각이 나게 했다. 바로 샹룬이 칭이와 키스를 하고 샤오위가 그 모습을 보고 상처를 받는 장면이었는데 상상만 해도 마음이 아팠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호감이 있을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미 실연과도 같은 상황인데 비록 오해일지라도 내 눈앞에서 다른 이성과 스킨십을 하는 모습을 본다면 세상이 무너지는 기분일 것 같다.  하지만 사람 마음이 아무리 상처를 받았다고 해도 쉽게 정리가 안 되는 것도 힘들다. 샤오위가 졸업식날 마지막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샹룬을 보기 위해 시간여행을 해 온 것이 그런 마음이라고 생각한다. 어릴 적 돌아보면 상대방의 마음이 어떤지와 상관없이 나의 그 사람을 향한 마음이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아서 한 번이라도 우연히 더 마주친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을 했었던 때가 있었다. 아마 이런 마음과 시절을 나처럼 많은 사람들이 겪어봤기 때문에 이 영화를 꾸준히 인기가 많은 것 같다. 이 영화의  엔딩은 주인공 두 사람만 생각했을 때는 해피엔딩이다. 하지만 아들 샹룬이 과거로 떠나고 현 시간에 혼자 남은 아버지를 생각하니 마냥 해피엔딩은 아닌 거 같다. 혼자 남은 아버지는 아들이 과거에서 행복하게 사는 동안 어떻게 사셨을까? 아들의 사랑과 행복을 축복해 주셨겠지만 외롭게 지내셨을 거 같다. 해피엔딩이지만 누군가에게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씁쓸한 기분을 느끼게 했던 이 영화를 처음 보고 난 후 나는 한 동안 작품 속 OST를 자주 듣고 악보를 구하여 피아노 연주도 종종 하곤 했었다. 이번 포스팅을 마무리하기 전에 <말할 수 없는 비밀>의 매력을 더해준 OST 곡들을 소개하려고 한다.

<말할 수 없는 비밀> OST 추천

<말할 수 없는 비밀> OST 음반은 오프닝곡부터 엔딩곡까지 25곡을 수록하고 있다. 이 곡들 모두 인기가 많은데 그중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3곡 정도를 추천하려고 한다. 첫 번째로 소개하는 곡은 피아노 배틀곡인 '두금(斗琴, Dou Qin)'이라는 작품이다. 주인공 샹룬이 전학생으로 왔다는 소식을 들은 선배들에게 불려 가 피아노 연주 경합을 하는 장면에 나오는 유명한 곡이다. 이 곡은 쇼팽의 연습곡(Etude) 중 하나인 '흑건(black key)'을 편곡하여 '백건(white key)'으로 연주하는 장면으로 연출되었는데, 원래도 유명한 쇼팽의 연습곡이 영화 속에서 배틀을 요청한 선배가 먼저 편곡 버전을 연주하는 것도 멋진데 그것을 처음들은 샹룬이 그대로 따라 하는 모습으로 그 멋짐이 배가 되었다. 짧지만 강한 인상을 남는 이 곡을 추천하면서 두 번째 곡으로 넘어가 보겠다. 이번에 소개하는 것은 개인적으로 피아노 연주를 할 때마다 수 십 번을 해도 질리지 않는 곡으로, 경쾌하고 산뜻한 이른 아침이 생각나게 하는 '조조(早操, Zao Cao)'라는 곡이다. 연주하기 어렵지 않은 작품으로 잔잔하고 차분하면서도 상쾌함을 느낄 수 있는 피아노 연주곡을 찾는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추천하는 곡은 이 영화의 메인곡이라고 할 수 있는 'Secret'이다. 이 곡은 샤오위와 샹룬이 시간여행을 할 수 있게 하는 피아노 연주곡으로, 샤오위가 샹룬을 만나러 올 때는 다소 느리게 연주하지만 샹룬이 급하게 샤오위를 만나러 갈 때는 빠르게 연주하는 두 가지 버전이 있다. 주인공들이 처해진 상황에서 느끼는 감정을 생생하게 전달하는 작품 속 핵심 연주곡도 꼭 들어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