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 개인의 성격을 16가지로 분석하는 MBTI가 대유행 중이다. 그래서 나도 테스트를 해봤는데 INFJ로 나온다. INFJ의 특징 중 하나로 생각과 고민을 많이 하는 성향을 가지고 있는데 그래서 본인이 추구하는 가치 또는 신념과 행동이 일치하는지 등 삶에 대해서 고찰을 끊임없이 한다고 한다. 아주 공감이 되는 특징인데 나도 정말 내가 이렇게 하는 게 맞는 건가 다르게 행동을 했어야 했나 등 남들이 보기에 멍하니 아무 생각 없어 보일 때조차도 혼자서 이 생각 저 생각 많이 하는 편이다. 이런 성격을 가진 나에게 영화 <트루먼쇼>는 진정한 삶이 무엇인지 한 번 더 생각해보게 하는 영화이다. 주인공이 능동적으로 자신의 삶을 이끌어 나가고 있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타의에 의한 삶이라는 것이 충격적이다. 현실의 나의 삶도 내가 의도하는 삶인지 아니면 타의에 맞춰진 것인지 한 번 더 돌이켜보게 하고, 생각이 많은 INFJ에게 딱 맞는 영화에 대한 감상평을 남긴다.
줄거리 |
씨헤이븐이라는 도시에서 한 가정의 가장이자 보험회사 직원으로 살고 있는 트루먼 버뱅크(Truman Burbank). 그는 동네 이웃들과도 친근하게 지내고 회사 근처에서 매일 마주하는 사람들과도 정겹게 지낸다. 하지만 그의 생활은 하루도 빠짐없이 그의 이름을 딴 TV 버라이어티쇼 '트루먼 쇼'를 통해 미국 전역의 사람들에게 방송되고 있었다. 아기 시절부터 30대가 될 때까지 10,909일째 모든 성장과정을 사람들은 알고 있다. 사실 부모님, 부인, 친구, 이웃, 회사동료 등 모두가 연기자들이다. 씨헤이븐의 총괄 감독 크리스토프의 기획 아래 트루먼의 삶은 감독이 짠 각본대로 흘러가고 있었다. 그렇게 아무런 의심 없이 일상을 보내던 트루먼은 실비아라는 첫사랑을 찾고 싶어 한다. 실비아는 대학생 시절 만난 여자친구로 트루먼에게 그의 삶이 모두 거짓이라고 알려주는 유일한 사람이었지만 제작진의 방해로 헤어지게 된다. 헤어질 때 그녀의 아버지라는 연기자가 피지로 떠날 것이라고 언질을 하는데 그래서 트루먼은 피지로 가고자 하지만 번번이 실패한다. 크리스토프는 트루먼이 세트장 밖으로 떠나지 못하도록 어릴 적 일부러 아버지가 바다에서 죽는 연출을 하여 물공포증이 생기게 하고 또 정말로 떠나려고 하는 결정적인 순간마다 엄마가 아프다던지 우연한 천재지변을 일으킨다던지 방해공작으로 여행을 포기하게 만들었다. 그러던 중 방송사의 실수로 주파수가 잘못 송출되어 출근하던 트루먼은 차에서 그의 실시간 행적을 보고하는 제작진들의 대화를 듣게 되고 이후로 누군가가 자신을 감시하고 있다는 의심을 하기 시작한다. 그의 아내가 그를 다독여보지만 오히려 그녀가 무언가를 향해 도움을 구하는 등 이상한 행동을 보고 그의 부인 역시도 자신을 미행하는 패거리 중의 하나라고 생각도 한다. 이런 상황을 무마하고자 친구 멀론이 와서 우정을 가장한 크리스토퍼의 명령으로 그의 마음을 돌려보려고 하는데, 트루먼은 자기가 이상한 것 같기도 하다며 후로 평소와 같은 일상을 보낸다. 그러다 어느 날 트루먼은 지하실에서 잠이 드는데 제작진들은 전혀 이상함을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지만 크리스토프는 달랐다. 친구 멀론을 급히 트루먼의 집으로 보내 이불을 걷어보니 인형만 있을 뿐 트루먼은 이미 벽을 뚫고 밖으로 나간 이후였다. 30년 만에 처음으로 방송 중단을 하게 된 크리스토프는 위기감을 느꼈지만 직감적으로 그의 쇼 주인공이 바다에 있을 것임을 알고 바로 곧바로 그를 찾아낸다. 곧장 방송 중계를 시작하고 트루먼이 씨헤븐으로 돌아오게 하기 위해 벼락을 내리치고 강풍을 보내는 등 갖가지 특수효과를 쏟아부었지만 그의 진짜 삶을 찾고자 하는 의지를 꺾을 수 없었다. 그렇게 바다를 떠다니던 트루먼은 세트장의 하늘과 바다 모형의 끝 벽에 부딪힌다. 그 벽을 따라 나가다 세트장의 숨겨진 비상문을 발견하는데 이때 크리스토프는 스피커로 그에게 이야기한다. 모든 것이 쇼이며 이 세트장 밖의 현실도 다를 것 없으며 오히려 씨헤이븐의 삶이 더 안전하고 특별한 삶이니 돌아오라고 설득하지만 트루먼은 "Good morning! In case I don't see ya, good afternoon, good evening, and good night"(좋은 아침이에요! 당신들을 못 볼 수도 있으니, 좋은 오후예요, 좋은 저녁 보내세요, 좋은 밤 보내요!)이라는 자신의 유행 인사말을 남기고 세트장 문 밖으로 나간다.
감상후기 |
영화 주인공의 이름부터 트루먼(Truman)이다. True+Man에서 철자 e 하나가 생략되었지만 진짜 또는 실제 사람이라는 의미가 있다고 본다면 이 영화와 걸맞은 주인공 이름이다. 남들과 다르지 않은 주인공의 평범한 일상이 사실은 보통의 삶이 아니라니 씁쓸한 이야기이다. 이 영화를 보는 동안 나의 평범한 일상은 어떠한가 생각해 보았다. 트루먼의 30년 인생은 크리스토프 감독이 짠 계획대로 흘러갔는데 나의 인생은 어땠을까? 나는 정말 내가 원하고 의도하던 대로 살아왔을까? 트루먼과 완전히 같지는 않지만 중요한 선택의 순간이 올 때 내가 바라는 것이 있지만 현실적으로 가족의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든지 직장을 우선시해야 한다든지 후자를 선택해야 하는 경우들이 종종 있었다. 이것도 결국은 나의 선택이라고 볼 수 있겠지만 영화에 빗대어 보자면 주변에 설정된 환경에 따라 내 인생 중 순간순간의 방향이 정해졌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트루먼은 타의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자신만의 의지대로 살고자 하는 단단한 결심으로 세트장 밖 세상으로 나가는데 어떤 삶을 살았을지 궁금하다. 마지막에 크리스토프 감독이 바깥세상도 다를 것 없고 오히려 주어진 세상이 더 안전하다고 말한다. 이 대사를 들었을 때 나는 선택의 순간이 올 때마다 고민했지만 새로운 것보다 안전한 길을 주로 택해 왔다는 생각을 했다. 예를 들어 대학교 학과를 정할 때 반려동물관리학과를 가고 싶은 마음이 컸지만, 당시에는 이 학과의 전망이 밝지 않아 모험이라고 생각하여 무난하게 사회인문학과로 진학했다. 지난 선택들로 현재의 삶을 살고 있어 행복하지만 때로는 과거에 내가 하고 싶었지만 모험일 수 있다고 여겼던 선택지나 진로를 선택했다면 지금의 나는 어떻게 살고 있을지 궁금할 때도 있다.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자신의 삶을 각자만의 방식대로 운영해나가고 있지만 영화 속의 씨헤이븐이라는 세트장이 현실에서는 사회적 법규, 도덕적 관념 등의 우리의 삶에 제약을 주는 틀이라고 본다면 실제로는 한 개인이 이것으로부터 벗어나려고 해도 벗어나기 쉽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세트장 = 사회적 틀을 벗어난 트루먼이 아마도 우여곡절을 겪지 않았을까 조심스레 예상해 본다. 트루먼이 진짜 세상으로 나갔을 때 30년 간 그의 성장 과정을 지켜봤던 시청자들도 함께 박수치며 기뻐하는데 그의 진짜 인생에 어떤 굴곡들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다 극복해 내고 더 큰 기쁨들로 가득하기를 바란다.
주인공의 MBTI 맞춰보기 |
내가 트루먼의 30년 전체 성장과정을 지켜보지 않아서 단언할 수는 없지만 MBTI 16가지 유형 각각의 특징을 알아보았을 때 그의 유형은 INFP와 맞아떨어졌다. INFP의 각 철자들은 I : Introversion(내향성), N : iNtuition(직관형), F : Feeling(감정형), P : Perceiving(인식형)라는 의미를 가진다. 이 유형의 첫 번째 특징으로 "자신의 가치가 위협받지 않는 한 잘 적응하고 융통성 있게 수용하는 편이다." 트루먼은 자신의 삶이 가짜라는 것을 알기 전까지는 반복되는 일상에도 늘 이웃들, 주변 사람들과 친근하게 지내는 등 현실에 불만 없이 지냈다. 이어 두 번째 특징은 "자신에게 의미 있는 가치나 사람들에게 충성한다." 트루먼은 (가짜) 부인을 위한 잡지를 매일 사고, 첫사랑을 찾기 위해 피지로 여행을 가려했을 때 (가짜) 엄마가 아프자 그 마음을 접기도 하는 등 자신에게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사람과의 관계를 우선시했다. 마지막 특징으로 "자신의 가치와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외부 세계를 지향한다."라는 점인데 첫 번째와 두 번째 특징에서 언급한 자신만의 가치가 위협받았을 때 이를 그대로 수용하지 않고 자신의 것을 찾으려고 노력한다는 것이다. 영화에서 트루먼도 그렇게 한다. 자신의 삶이 가짜라는 것을 알았어도 그대로 지낼 수도 있었을 텐데 자신만의 삶을 찾기 위해 끝까지 노력하고 마침내는 진짜 세상으로 나아간다. INFP의 다른 특징들도 있지만 이 유형의 사람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가치"이다. 개인적으로 트루먼도 이것에 큰 의미를 두었다고 생각해서 그의 MBTI가 INFP라고 예측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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