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로 포스팅을 하다 보니 나는 2000년 초에 영화 보는 것을 많이 즐겼었나 보다. 내가 무슨 영화를 재밌게 보았고 기억에 남는 것이 무엇인가 곰곰이 생각해 보니 대부분이 2000년대 초반 작품들이다. 대학생이던 때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고 티켓을 모으고 기록하던 것이 취미생활이었었는데 이 시기에 많이 즐겼었다. 이번에 이야기하려는 영화 <화피 1>도 2008년작이다. 왜 이 영화가 기억에 남았는가 생각해 보니 요괴가 나오는 판타지물이면서 무협적인 요소들이 있어 시각적인 재미가 있었고, 주인공들 간의 얽히고설킨 관계 속에서 사랑이 이루어지는 애절함과 사랑이 이루어지지 않는 애잔함으로 여운을 주는 스토리 때문인 거 같다. 처음 봤을 때는 "화피"라는 단어 뜻을 몰랐다. 그냥 요괴의 이름인 줄. 그런데 검색을 해보니 "화피"를 영어로는 "Painted Skin", 중국어(한자)로는 "畵 그림 화, 皮 가죽 피"로 두 언어 모두 "그림으로 그려진 피부"를 의미한다. 영화 속 요괴가 자신의 외모를 사람의 형색으로 그림을 그린 가죽으로 뒤덮어 인간 행세를 한다. 각국의 영화 제목들이 스토리를 직관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1시간 30분 남짓 분량의 영화로 판타지와 로맨스물을 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하면서 참고하기 좋은 간략한 정보를 주기 위해 <화피 1>의 줄거리와 감상평을 남긴다.
줄거리 |
영화는 어느 전쟁터에서 군인들에게 농락당하던 한 미모의 여자가 장군에게 끌려갔다가 장군을 유혹하더니 심장을 갑자기 파내는 순간 왕생이라는 젊은 장군이 나타나 그녀를 데리고 적의 소굴을 탈출하면서 시작된다. 이 여자의 이름은 소위로 이때 한 눈에 젊은 장군에게 반한다. 아름다운 미모와 묘한 매력으로 마을 사람들 모두가 그녀를 좋아했다. 하지만 장군 장생의 부인인 배용은 그녀에게 친절을 베풀지만 마음 한 켠에서는 불안감을 느꼈다. 그런데 그녀가 오자마자 심장이 파내어진 채 발견되는 사람들이 출몰하기 시작했다. 왕생을 마을을 순찰하기 시작했고, 배용이 소위가 요괴라는 미심쩍은 마음을 가지고 있던 어느 날 마을을 떠났던 옛 장군 방용이 돌아온다. 방용은 배용을 짝사랑했던 사이로 집 안에 요괴가 있는 거 같으니 도움을 달라는 배용의 부탁으로 여관에서 우연히 만난 퇴마사 하빙과 함께 요괴를 찾기 시작하는데, 그 마을에는 소위에게 사람들의 심장을 가져다주는 등 조력하는 친구 요괴가 더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소위가 신분이 거짓임이 드러나고 이에 퇴마사 하빙이 요괴라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 알몸까지 보지만 요괴라는 흔적을 찾을 수가 없었다. 이에 배용의 불안감은 더해갔고 이 와중에 왕생은 밤마다 소위의 꿈을 꾸었다. 어느 한 밤 또 소위의 꿈을 꾸다 잠에서 깬 왕생은 뒤숭생숭한 마음에 밤길을 거닐다 소위의 처소로 향했다가 친구 요괴의 기습으로 소란이 일었다. 이 소란에 배용도 찾아왔는데 왕생과 소위가 함께 있는 모습을 보게 되고 왕생에게 소위를 첩으로 들이길 청한다. 왕생은 거부하였지만 소위에게 이 사실을 알리러 간다. 거기서 소위는 배용이 오길 기다렸다는 듯이 그림을 그려 덮어쓴 가죽을 벗으면서 본체를 드러낸다. 이를 본 배용은 왕생을 해치지 말라며 요청하고, 이에 소위는 배용에게 약을 주며 요괴가 되어 사람들 앞에서 자신이 요괴라고 말하기를 종용하는데 배용은 왕생을 위해 그렇게 하기로 한다. 요괴라는 누명을 쓰고 죽어가며 피신해 있던 배용을 본 왕생은 배용이 요괴이던 사람이던 상관없이 사랑한다고 하고 이를 본 소위는 몸이 굳어버린다. 방용은 그런 소위를 공격하고 이를 방어하던 소위에게 왕생이 무릎을 꿇고 자신을 사랑한다면 배용을 살려달라고 애원하다가 그녀의 가슴을 찌르고는 자결한다. 그녀는 실패한 사랑에 울부짖었지만 이내 사랑했던 사람을 살리기 위해 천년 동안 모은 요괴구슬을 꺼낸다. 하지만 요괴 친구가 나타나 그것을 빼앗고 방해한다. 퇴마사 하빙이 그때 이제껏 열 수 없었던 요괴퇴치 검을 꺼낼 수 있게 되고 방해꾼 요괴를 죽인다. 소위는 다시 돌아온 요괴구슬을 흩뿌려서 자신의 죽음을 택하고 죽은 사람들을 살려낸다. 이내 마을의 평화를 되찾고 다시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듯한 행복한 모습의 왕생과 배용, 사막의 흰 여우의 장면으로 영화는 끝난다.
감상평 |
"사랑이라는 거 참 어렵다." 이 영화에 대한 나의 한줄 감상평이다.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 노력하고, 사랑을 지키기 위해 헌신하고, 이루지 못한 사랑에도 끝없이 사랑을 주는 사랑으로 시작해서 사랑으로 끝나는 영화다. 영화 속에서는 소위가 요괴이기 때문에 사람들의 심장을 파 먹고 하는 것이 나쁘게 보이지만 어쩌겠나 그래야 자기가 살 수 있는 걸. 어릴 때는 무조건 요괴라서 나쁘다고 생각했는데 사회생활을 하는 어른이 되어보니 안쓰럽기도 했다. 요괴인 걸 떠나서 사랑을 얻기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노력파 또는 순수한 사랑꾼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현대의 관점에서 보면 유부남을 욕심낸다는 게 잘 못되기는 했다. 그런데 자신도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을 얻기 위해 부인의 자리까지 탐내면서 오랜 기간 자신의 옆에서 헌신하는 요괴 친구의 마음에 대해 마음을 받아주지는 못할지라도 같은 처지로 이해하거나 고마워하기는커녕 자신의 목숨을 이어가는데 이용이나 해 먹고 면전에 욕을 해버리고 이기적이기도 하다. 끝끝내 자신이 원하는 사랑을 얻지 못해 상처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사랑했던 사람을 위해 자신의 목숨까지도 내어놓는 열혈 사랑꾼인 소위. 영화가 아닌 현실에서는 사랑 때문에 목숨까지 내놓으면서 그럴 일이 잘 없지만 정말 좋아하는 사람을 위해서라면 이것저것 뭐든 다 해보는 지금 우리의 모습을 잘 담아낸 거 같다. 왕생은 분명 마음이 많이 흔들렸겠지? 사랑하는 부인이 있지만 예쁘고 매력적인 여자가 가까이 있으면 조금은 흔들렸을 거 같다. 그래도 끝까지 부인을 향한 마음을 지키려 노력하는 남편이다. 마지막에 자신을 살리기 위해 죽어가는 부인을 보면서 자신의 마음이 변함없음을 하고 부부의 정을 죽음으로써 지키려는 의리까지 보여준다. 부인 배용과 남편 왕생은 서로를 정말 사랑했다고 생각한다. 이 부분을 다시 현실로 비추어보자면 오랜 결혼 생활 속에서 부부 사이에 이성문제로 조금씩 삐그덕 거리는 순간이 올 때가 있을 것인데 어느 일방 하나가 그 삐그덕한 마음을 결혼식 때 했던 언약을 깨고 행동으로 옮겨버리는 일이 많다. 하지만 왕생은 그 마음을 다잡고 부부의 약속의 지켜냈다. 현실의 많은 부부들 또는 연인들이 처음 그 연을 시작할 때 했던 평생 함께하자는 약속을 지키려고 노력했으면 좋겠다. 영화 속에서 이 약속을 지키려고 노력한 것은 왕생뿐만 아니라 부인 배용 역시 그러했다. 자신을 희생까지 할 정도로 깊은 사랑을 보여주었고 결국에는 자신의 사랑을 지켜낸다. 나도 같은 여자로서 내가 사랑하는 사람,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 배용과 같이 뭐든 할 수 있을까?라고 나 자신에게 질문을 해봤는데 나도 배용처럼 할 거 같다. 내 사람, 내 가족은 나의 전부이니까 어떤 상황이 닥쳐도 그들을 위해서라면 나도 내 자신을 내놓을 수 있을 거 같다. 이 영화에서 사랑을 위해 자기의 목숨까지 내놓은 또 다른 인물이 있는데, 짝사랑으로 끝나고만 친구 요괴에게는 심심한 애도를 표한다. 너무 불쌍했다. 오랜 시간 자신이 좋아했던 여자 친구 곁에서 어려운 일도 대신해 주고 목숨도 지켜주려 노력했지만 돌아오는 건 냉담한 반응뿐이었으니까 안쓰러웠다. 현실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짝사랑에 실패하는데 모두 힘내서 다음에는 혼자서 앓는 일방적인 마음주기가 아니라 서로 알콩달콩 주고받는 멋진 사랑이 찾아오기를 기대한다. 이 영화는 중국 고대 단편소설 <포송령 요재지이> 중 <음양화피>를 원작으로 한다고 한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사랑은 얽히고설킬 수밖에 없나 보다. <화피 1>은 중국 유명 배우들이 나와서 보는 재미도 있었고, 로맨스 스토리에 중국 특유의 무협판타지가 가미되어서 시각적인 재미가 있어서 전혀 지루하지 않은 작품이다. 로맨스를 다루는 가볍게 볼 영화를 찾는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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