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 / 2023. 3. 9. 01:00

[영화]이루어질 수 없었던 한 연인에 대한 속죄 <어톤먼트 Atonement>

영화 &amp;lt;어톤먼트 Atonement&amp;gt;

나 영국 감독 조 라이트(Joe Wright) 작품 좋아하네. 콜린 퍼스(Colin Firth) 주연의 영국 BBC 드라마버전 <오만과 편견>을 보고 난 후 2005년에 리메이크된 키이라 나이틀리(Keira Knightley)와 매튜 맥퍼딘(Matthew Macfadyen) 주연의 영화버전 <오만과 편견>도 봤었는데 내 취향에 맞아서 몇 번 더 보었다. 이후 평소 좋아하던 배우였던 제임스 맥어보이(James Macavoy)가 출연한 영화를 찾아보던 중 시대물&로맨스물인 <어톤먼트>를 우연히 감상했었다. <오만과 편견>도 그렇고 <어톤먼트>도 영상에서 아련미가 느껴지고 주인공들 간 감정이 생생하게 잘 전달된다는 느낌을 받았었는데 이번 포스팅을 위해 정보 검색을 해보니 두 작품 모두 조 라이트 감독의 작품이었다. 두 작품 모두 원작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는 공통점도 있지만 소설 <오만과 편견>과 다르게 소설 <어톤먼트>는 2003년 작으로 비교적 현대작품이라는 차이점이 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기억을 더듬어 2007년 영화 <어톤먼트>를 리뷰해보려 한다.

줄거리

세계 2차 대전이 발발하기 전 어느 한적한 시골 대저택에 머무르던 세실리아(Cecilia, 키이라 나이틀리)와 이 저택의 집사 아들인 로비(Robbie, 제임스 맥어보이)는 서로를 좋아하고 있었다. 세실리아에게는 13살 난 여동생 브라이오니(Briony, 시얼샤 로넌)가 있었는데 브라이오니는 로비를 짝사랑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로비와 세실리아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던 모습을 브라이오니가 보게 된다. 거기다가 로비가 세실리아에게 실수로 보낸 성적인 단어가 적힌 편지를 그녀가 또 먼저 보면서 짝사랑하던 마음이 오해로 바뀌게 된다. 한 날 저택에 사촌들이 놀러 왔는데 사촌들 중 로라(Lola)라는 여자사촌이 밤에 외딴곳에서 성범죄를 당하게 되는데, 사람들이 범인을 찾아내려고 탐문하면서 브라이오니에게도 물어보는데 이때 브라이오니는 로비에 대한 오해로 그를 범인으로 지목한다. 억울하게 누명을 쓴 로비는 징역으로 끌려갔다가 세계 2차 대전 발발 후 전쟁에 징집된다. 로비를 굳게 믿었고 이 모든 상황에 대해서 역시 억울했던 세실리아는 그녀의 사랑을 만날 수 있다는 희망으로 간호사에 지원하여 일을 시작한다. 세월이 지나면서 자신의 오해로 두 사람이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는 것 깨달은 브라이오니도 사죄의 마음으로 간호사 일을 시작한다. 어느 날 세 사람은 재회를 하게 되고, 브라이오니는 두 사람에게 용서를 구하고 떠난다. 그런데 사실 이 세 사람은 재회를 한 적이 없다. 로비가 전쟁에 참여하고 세실리아와 브라이오니가 간호사로 전선에서 일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현실에서는 오매불망 서로의 만남을 기약하던 로비와 세실리아는 만나기 전에 죽고 만다. 노년이 된 브라이오니가 작가가 되어 <어톤먼트>라는 소설을 출간하면서 자신의 잘못을 속죄하는 마음으로 두 사람의 사랑을 작품에서나마 이루어지게 하고 싶었다고 인터뷰 자리에서 고백한다. 그녀의 고백과 함께 영화는 로비와 세실리아가 바닷가에서 같이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장면으로 마무리된다. 

감상후기

아련아련하고 색감이 예쁜 영상미에 끌려 보았다가 스토리에 화가 나고 슬프고 여운이 세게 남았던 작품이다. 13살 소녀가 한 오해가 두 사람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버리는 큰 파장을 일으켰는데, 그 소녀가 늙어서 소설을 쓰고 이 작품에서나마 두 사람의 사랑이 이루어지게 하고 속죄한다는 게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본인들의 의지와 상관없이 운명이 꼬여서 서로 그리워만 하다가 결국 죽음을 맞이해야만 했는데 뻔뻔하다고 생각했다. 영화를 보면 브라이오니는 어릴 적부터 글 쓰는 것을 좋아했고 자신의 글을 사람들 앞에서 낭독하는 것을 좋아했다. 그냥 자신의 능력과 재능을 알리기 위해 두 사람의 안타까운 운명을 소재로 삼은 것으로만 보였다. 한편으로 영화를 보면서 이렇게까지 화가 났던 거 보니 로비 역 제임스 맥어보이, 세실리아 역 키이라 나이틀리, 브라이오니 역 시얼샤 로넌 이 배우들이 정말 연기를 잘했나 보다. 하긴 이 세 배우는 모두 현재 세계적인 배우들이기도 하다. 실제로 제임스 맥어보이도 영화 속 브라이오니의 행태에 대해 불평을 표하기도 했다고 한다. 한 사람의 속죄에 대한 불편함은 여기까지 이야기하겠다. 영화를 보면서 다른 생각을 했던 건 세계 2차 대전이 발발되기 전에는 고도로 산업화가 된 나라였던 영국에는 여전히 계급이 존재하고 있어 사랑에도 그 계급이 적용되고 있었다는 것이 신기했다. 그래서 초반에는 비교적 낮은 계급이었던 로비가 좋아하는 마음이 있었지만 세실리아에게 선을 그었었다. 그리고 전쟁은 이런 계급에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잔혹함을 가져다준다는 것을 영상을 통해 한번 더 느꼈다. 영화 중후반부 전쟁터 장면은 그 잔혹함을 그대로 보여준다. 세실리아와 많은 전쟁 피난민들이 지하 대피실에서 물에 빠져 고통스럽게 죽어가고 로비는 전쟁 중 얻은 패혈증으로 눈을 감는다. 처음에는 두 사람의 죽음으로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이 안타까웠고 다시 한 번 더 되새겨봤을 때 이 두 사람의 죽음은 단순히 개인의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 이야기가 아니라 그 당시 전쟁을 겪어야 했던 수많은 사람들의 아픔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하니 안타까움이 더 크게 다가왔다. 개인이든 조직이든 국가든, 사랑을 방해한 것에 또는 전쟁을 일으켜 무고한 사람들에게 피해를 입힌 것에 속죄를 일방이 혼자 했다고 해서 용서받은 것이 아니다. 잘못한 측이 내가 용서를 구했으니 내가 그랬던 것을 이해해 달라고 하면 안 된다. 잘못한 측이 몇 번을 용서를 구하더라도 그 상대가 용서를 해주지 않는다면 속죄를 했다고 할 수 없다. 

수상내역
  • 2008년 80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 음악상
  • 2008년 61회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 : 작품상, 프로덕션디자인상
  • 2008년 65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 : 작품상, 음악상

특히 2008년 80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브라이오니 역의 시얼샤 로넌(Saoirse Ronan)은 여우조연상 후보로 선정되었었는데 수상은 못 했지만 이 이후로 전세계 많은 감독, 영화관계자들로부터 관심을 받았고 현재는 미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배우로 자리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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