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를 보기 전 온라인에서 위의 사진을 본 적이 있었다. 신비로우면서 기괴하기도 한 강렬한 느낌을 주는 사진이었는데 넷플릭스에서 "러브 데스 로봇" 시즌3 이 재밌다는 지인의 추천으로 1화부터 하나씩 보다가 9화 재생 전 메인 화면에서 위 사진과 똑같은 장면을 보고 무척 재밌을 거라는 기대감이 확 높아졌었다. 17분이라는 짧은 상영시간에 영상미, 배경 음악, 춤, 스토리 등 이 모든 것들의 조합이 기대했던 것 그 이상을 보여주는 작품이었다. 그래서 나는 이 영상을 몇 번이나 더 봤지만 그래도 질리지가 않았다. 봐도 봐도 질리지 않는 <히바로>의 줄거리 및 감상후기와 이 영화와 관련한 이야기를 써보려 한다.
줄거리 |
어느 한 숲에서 사제와 군부대 한 무리가 행군을 하고 있었다. 숲가에는 잔잔한 호수가 있었는데 이 호수에 사는 갖가지 보석으로 화려하게 치장한 세이렌이 물 밖으로 나와 현란을 춤을 추면서 비명을 지른다. 이 무리의 남자들은 세이렌의 목소리에 홀려 서로를 죽이며 앞다투어 호수로 뛰어들어 죽게 된다. 그런데 세이렌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는 귀머거리 남자 한 명이 살아남았다. 그는 영문도 모른 채 다른 사람들이 한 여자에게 홀려 미쳐버리고 잔혹하게 죽는 모습을 보고 무서움을 느끼고 도망을 치고, 세이렌은 자신의 유혹이 실패한 것이 당혹스러워 물속에 숨어버린다. 생존한 군인은 어느 정도 멀리 왔다고 생각했을 때 날도 저물어 숲에서 잠을 청한다. 하지만 세이렌은 그를 뒤따라왔었고 잠든 그를 만져보는 등 탐색을 하다 그의 곁에서 잠이 든다. 다음날 아침, 잠에서 깬 세이렌은 도망치려 했지만 군인은 그녀를 붙잡았는데 그때 그의 손에 비늘 보석 몇 개가 박혔다. 이 것을 보고 욕심이 생긴 남자는 폭포 위로 올라가며 그를 유혹하는 여자를 쫓아간다. 폭포 한가운데에서 만나자 세이렌은 그에게 키스를 하는데 그녀의 날카로운 보석 이빨들 때문에 입 안에서 피가 흐르지만 참고 키스를 하던 남자는 이내 세이렌을 기절시킨다. 그는 기절한 세이렌의 몸에 있는 보석을 모두 다 뜯어낸 후 그녀를 폭포에 던져버리고 보석들을 보자기에 싸서 들고 떠난다. 그렇게 길을 떠나던 중 군인은 목이 말라 강가의 물을 마시는데 이 강물은 세이렌의 피로 물든 폭포물이 흘러온 것으로 치유능력이 있었다. 회복력을 가진 물을 마시고 난 후 갑자기 청력을 되찾은 남자는 낯선 세상의 소리를 듣게 되자 처음에는 두려워했지만 곧 귀가 들리는 것에 행복해했다. 이 순간도 잠시 다시 깨어난 세이렌은 처절하게 춤을 추면서 비명을 질러 목소리로 그를 유혹한다. 이제 귀가 들리는 군인은 그 목소리에 이끌려 정신이 나가고 다른 사람들처럼 결국 호수에 빠져 죽는다.
감상후기 |
길이가 짧은 영상이지만 흡입력은 압도적이다. 그래서인지 이 작품에 대해 다양한 해석들이 있었는데 감독 알베르토 미엘고(Alberto Mielgo)의 공식적인 설명에 따르자면 서로 다른 이유로 사랑하는 현대인의 모습을 담은 것이라고 했다. "In this case, there is no improvement. Actually, it's the opposite. They both end up being the worst versions of themselves. And there is no lesson that they learn." 그가 설명한 말이다. 풀어보자면 이 작품에서는 남녀의 관계가 발전 없이 최악의 경우로 끝나버리고, 그들이 얻은 어떤 교훈도 없다고 해석된다. 화려한 춤과 영상 속에 결국 어느 누구에게도 긍정적인 결과는 없었다. 사랑이라고 착각했던 여자는 자신의 모든 것을 잃었고 관심이 있는 척하며 물질적 욕심을 부렸던 남자는 죽게 되면서 부의 일부분도 가질 수가 없게 되어 버린다. 이 작품이 보여주고자 하는 의도인 서로 다른 이유로 사랑하는 요즘 사람들의 모습은 어떠한가에 대해 생각을 해봤다. 현실에서는 물론 서로 진심으로 사랑한다는 전제 하에, 한쪽은 상대방에게 정서적 안정감을 원하는데 그 상대방은 물질적 안정감을 원하는 경우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정서적 안정감이 채워지지 않는 연인은 자신에게 더 관심을 쏟아줄 것을 원하고 이 요구를 들어줘야 하는 연인 상대방은 점점 지쳐가 결국 이별을 통보하는 경우를 주변에서 자주 봤다. 또 후자의 경우처럼 한쪽이 물질적 안정감을 우선시하다 보니 연인과의 관계에 소홀해지기도 하고 또는 이 관계에서 금전적으로 자신이 더 많이 소비하는 것 같아 불합리하다는 생각이 들어 만남을 그만하기로 하는 경우도 종종 봤다. 한 남녀 커플의 각자의 가치관이 잘 맞아서 오랫동안 그 관계를 지속하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인 거 같다. 이 영화에서는 여자는 빈털터리가 되고 남자는 죽는 극단적인 결말이지만, 이 결과 뒤에 숨겨진 의도가 내가 생각한 것과 가깝지 않을까.
세이렌과 스타벅스 |
<히바로>에서 여자 주인공이 목소리로 사람을 현혹시키는 모습을 보면 자연스레 떠오르는 것이 "세이렌(Siren)" 전설이다. 지중해의 어느 한 섬에서 사는 반인반조 또는 반인반어의 모습을 한 세이렌은 아름다운 노래를 불러 항해를 하고 있는 선원들을 유혹해 바다에 빠져 죽이는 요정이다. 이렇게 매혹적인 목소리를 내는 요정의 실패담 두가지가 전해지는데, 첫 번째 이야기는 어느 한 선장이 선원들의 귀를 밀랍으로 막아 세이렌의 노래를 듣지 못하도록 하고 요정의 목소리 쪽으로 배의 키를 조종할 수 없도록 자신의 몸은 닻에 꽁꽁 묶어 무사히 그 섬을 지나가자 낙담한 세이렌이 자살을 했다는 이야기이다. 두 번째는 '아르고 호'의 선원들이 항해 중 세이렌과 마주치게 되지만 오르페우스(*그리스로마신화의 영웅 중 한 명)가 리라를 연주했는데 그 연주가 너무 아름다워 유혹의 목소리가 묻혀버렸고 이 사실에 세이렌은 자살을 한다는 이야기이다. 그만큼 유혹에 자신이 있던 이 요정을 모티브로 시작한 커피 프랜차이즈가 있다. 많은 사람들이 잘 알고 있는 '스타벅스'이다.
스타벅스 창시자는 자신의 커피로 모든 사람들을 매료시키겠다는 의미로 사이렌을 로고로 사용했고 그의 아이디어는 대성공을 거두어 현재는 전세계에 지점을 두고 있다. 사이렌은 분명 유혹의 대명사임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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