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오후에 회사에서 챗GPT 교육이 있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금요일 오후 사무실에 앉아 있기 싫었는데 교육 소식은 반가웠다. 게다가 교육 주제가 요즘 이슈인 챗GPT에 대한 것이라 기대가 컸다. 강사가 시연을 했는데 이 인공지능 챗봇은 정말 똑똑했다. 간단한 영화 줄거리에서부터 한 주제에 대해 보고서 형식으로 알려달라는 요청에 대한 답변까지 해주는데 신기했다. 아직은 학습하면서 발전하고 있는 중이라 영어 외의 타 언어에는 부정확한 면도 있고 또 언어 기반 챗봇이라 수학 분야에는 다소 부적합하다는 아쉬운 점이 있었다. 이렇게 사람 대신 학습하고 판단하고 결과를 도출해 주는 A.I. 가 나의 일상생활에 가까이 들어와 있다는 것이 흥미로웠지만 한편으로는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중매체에서 이야기하듯이 잘 이용하면 정보제공자로 이롭게 쓸 수도 있지만 A.I. 가 사람의 일자리를 대체하는 것을 넘어 사람의 인지나 판단 영역까지 침범하는 것이 현실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와닿았다. 아무튼 교육을 듣는 동안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A.I.라는 단어를 계속 듣다 보니 중학생 때 봤던 약 20년 전 영화 A.I. 가 생각이 났다. 이 영화 속 주인공 소년 로봇처럼 지금 성장하고 있는 인공지능들이 감정까지 가지게 되면 어떻게 될까라는 상상을 하면서 추억의 영화에 대해 적어보려고 한다.
줄거리 |
극지방의 빙하들이 녹아 해수면이 상승해 대부분의 도시들이 물에 잠긴 미국은 기후 위기에 따른 자원 부족 문제등에 대한 방안의 하나로 산아제한정책을 시행한다. 로봇산업 대표 회사 사이트로닉스에서는 하비 박사가 부모에게 사랑을 줄 수 있는 아이 로봇에 대해 발표하는데 다른 직원으로부터 윤리적 문제에 반박을 당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비는 아이 로봇을 입양할 수 있는 적절한 입양처를 찾아내는데 직원 헨리가 선정자였다. 헨리와 모니카 부부는 5년째 냉동저장실에 아들 마틴을 보관하고 있는 힘든 상황이었는데 이에 헨리는 아이 로봇 '데이빗'을 데리고 와 모니카에게 키우자고 설득을 한다. 모니카는 처음에 반대하지만 너무나도 데이빗의 사람 아이와 같은 모습에 흔들리다가 며칠 함께 지내는 동안 진짜 아이처럼 학습을 하기도 하고 큰 소리로 웃는 등 감정을 표현하자 이내 입양하기로 마음을 바꾼다. 평화롭게 지내던 어느 날 5년째 냉동인간이었던 마틴이 기적적으로 깨어나 집으로 돌아온다. 마틴은 처음에 데이빗을 그저 로봇으로만 대했지만 엄마와의 관계에서 자신이 진짜 아들이고 자신은 사람이며 데이빗은 로봇에 불과하다는 걸 알려주기 위해 장난감을 부수기, 엄마의 머리카락을 자르기, 피노키오 동화 읽기, 밥 먹기 경쟁 등 계속해서 데이빗을 자극한다. 마틴의 생일이 되어 집에서 파티가 열렸는데 마틴의 친구들이 데이빗을 보고 위협회피기능이 있는지 실험해 보자며 팔을 붙잡고 칼을 들이대는데, 이에 감정을 가지고 있는 데이빗은 순간 불안감을 느낀 탓에 마틴에게 도와달라며 꽉 붙잡았다가 함께 수영장에 빠진다. 이 사건으로 마틴이 돌아온 이후로 데이빗에게 적대감을 가지고 있던 헨리는 "사랑을 할 줄 아는 로봇이라면, 미워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하며 모니카에게 파양을 적극적으로 설득한다. 처음엔 그냥 형제간의 성장 과정에 겪는 경쟁에 불과하다며 파양 반대를 하던 모니카는 이 말에 결국 데이빗을 돌려보내기로 결심하고, 다음날 엄마와 단 둘이 소풍을 가는 줄 알고 마냥 들떠있던 데이빗을 차마 사이버트로닉스에 돌려보내지 못하고 근처 숲에 버리고 떠난다. 데이빗은 자신이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버림받았고 피노키오 동화처럼 파랑요정에게 소원을 빌어 사람이 되면 엄마를 다시 만나 사랑받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며 파랑요정을 찾는 여정을 시작한다. 하지만 플래시페어(Flesh Fair)라는 반로봇주의자들이 로봇을 잡아와 해체 쇼를 하는 곳에 끌려간다. 쇼 한가운데 서게 된 데이빗이 살려달라고 하자 관람객들은 로봇은 목숨을 구걸하지 않는다며 주최자에게 질타를 보내고 쇼 장이 어수선해진 틈을 타 데이빗은 옆에 있던 조라는 애인대행 로봇과 함께 탈출한다. 파랑요정을 찾는 데이빗의 사연을 들은 조는 '다 알아 박사'를 소개한다. 이곳에서 데이빗은 소원이 이루어질 곳이 어디인지 답을 얻고 찾아가는데 그곳은 사실 사이버트로닉스였다. '다 알아 박사'에서부터 이곳까지 데이빗이 올 수 있도록 한 건 하비 박사의 의도였다. 하비 박사의 연구실에 걸려있는 자신과 똑같은 수많은 로봇들을 보고 상실감에 빠진 데이빗은 회사 밖 바다로 빠지려 하는 순간 자신을 기다리고 있던 조가 로봇경찰에게 잡혀가면서 파랑요정이 바닷속에 있다는 말을 해주자 다시 의지를 찾는다. 바닷속에는 파랑요정 모형이 있었는데 데이빗은 자신을 사람으로 만들어 달라고 기능이 다할 때까지 계속해서 소원을 빈다. 그렇게 세월이 2,000년이 지나 인류가 멸망하고 빙하기에 접어든 지구에서 인류에 대해 연구하는 외계인 종족이 데이빗을 발견한다. 외계인은 데이빗에게 집과 똑같은 가상공간을 재현하고 여정을 내내 함께 하던 테디가 보관하고 있던 모니카의 머리카락으로 그녀도 되살려준다. 하지만 주어진 시간은 단 하루뿐. 하루동안 온전히 엄마와의 시간을 보내고, 자신을 사랑한다는 말을 해주며 잠이 든 그녀의 곁에서 평생에 처음으로 눈을 감으며 데이빗도 영영 잠든다.
감상후기 |
영화 러닝타임이 2시간 반이나 되는 만큼 줄거리가 길었다. 20년 전에 봤을 때도 슬펐는데 부모가 된 현재에 다시 보니 더 슬픈 영화다. 내 자식이 로봇이지만 감정을 가지고 있다면 정말 내 자식처럼 여길 수도 있지 않을까? 한편으로는 진짜 사람 아이라면 외모도 변하고 성격도 변하는 등 성장의 변화 과정을 겪을 텐데, 그리고 부모인 나도 노화라는 변화를 겪을 텐데 로봇 아이는 늘 한결같은 모습인 걸 생각해 보면 또 이상해서 진심으로 사랑하지 못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어릴 때 보았을 때는 마틴이 너무 못 된 아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제 자식을 키우는 입장이 되어보니 마틴이 못되게 행동하는 것이 이해가 되었다. 내가 유일한 부모님의 자식이었는데 냉동저장고에 있는 동안 5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는지도 몰랐을 텐데 집에 돌아와 보니 다른 아이가 있다면 얼마나 충격이었을까. 단순히 로봇으로 취급하기엔 엄마와의 사랑을 돈독히 나누고 있는 형제라니 본능적으로 자신의 자리를 지키려고 한 행동들이었을 것이다. 실제로 첫째 아기들이 혼자서 부모님의 관심을 받으며 지내다가 동생을 데리고 오면 받는 충격이 애인이 부정을 저지른 것을 본 충격보다 더 하다고 할 정도로 큰 영향이 라고 한다. 이 관점에서 보면 마틴도 안쓰럽고 데이빗도 안쓰럽다. 데이빗이 끌려갔던 플래시페어에서 해체를 당하는 로봇들이 사람의 이기심에 이용당하고 버려지는 것을 보고 영화 초반부에 한 여직원이 하비 박사에게 윤리적 문제를 제기했던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 여직원은 아이 로봇이 감정을 가지고 정체성을 가지는 것에 대한 좀 더 심층적인 윤리적 문제였지만, 나는 영화를 보면서 로봇이 감정을 가지고 있으냐 아니냐를 떠나 일상생활에서 광범위하게 책임감 없이 로봇을 이용한 다는 것 자체에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고 본다. 극단적이긴 하지만 플래시페어에 참여하는 반로봇주의자들의 입장도 이해된다. 서론에서 이야기했다시피 챗GPT 교육을 들으면서 A.I. 가 유용하고 신기하면서도 사람의 영역을 넘어서진 않을까 걱정도 되는데, 무려 20년 전 영화 속에서도 이런 내용들을 다루었는데 과학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한 현재까지도 이에 따른 우려에 대한 대책이 뚜렷하게 제시되지 않고 있는 것을 보니 어려운 문제임은 틀림없다.
A.I.의 장단점 |
A.I.의 장점부터 이야기해보자면 첫째, 예를 들어 공장 생산과정에서 A.I. 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하여 반복적인 작업들을 로봇으로 대체함으로써 사람이 하는 것보다 시간을 줄여 동일 노동시간 대비 더 많은 제품을 생산할 수 있고 인건비 절감 등 자본 측면에서 유리하다. 둘째, 대용량 학습능력과 업무 처리능력으로 사람보다 빠르게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해내며 빅데이터와 같이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정보를 처리하기 때문에 오류가 적어 정확한 정보를 제공한다. 셋째, 사람은 쉬지 않고 일을 할 수 없지만 A.I.는 휴식시간이 없이도 계속해서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지속적인 업무처리가 가능하다. 이런 점들로 전세계 많은 기업들이 A.I.에 관심을 가지고 있지만 이면도 들여다 보아야 한다. 단점으로는 첫째, A.I.가 일자리를 대체하면서 전세계 많은 인구들이 실직의 위험에 처해질 수 있고 이는 곧 전세계 경제 위기의 문제가 될 수 있다. 둘째, A.I.의 학습능력과 정보 처리능력이 잘못 쓰일 경우 딥페이크와 같이 진위여부 문제, 개인정보문제 등 인권 침해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셋째, 예를 들어 최근에 논란이 된 A.I.가 출간한 책의 저자가 될 수 있느냐는 문제와 논문 공동집필자로서 등재 여부의 문제와 같이 A.I.의 활동이 실체의 권리를 가질 수 있느냐와 같은 윤리적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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